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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with ... 영화

1980년대 미국자본주의가 탄생시킨 적대적 M&A 파도, 월 스트리트 1987

by story-opener 2020. 11. 29.


월 스트리트(1987)

Wall Street
범죄/드라마
미국
1988.04.29 개봉 126분,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올리버 스톤
주연) 마이클 더글라스, 찰리 쉰, 대릴 한나

 

 


버드 폭스(찰리 쉰)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 스트리트에서 근무한다.
버드는 증권거래소 주변에서 꿈을 키우나 증권 브로커로 일한 사람도 별로 재산을 모으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버드는 악명 높은 금융가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를 찾아간다.


고든과 손잡은 버드는 싸게 델타 제지를 사들여 고가로 처분해 맨해튼에 값비싼 아파트를 사고 미녀를 거느리는 부자가 된다.

그런 가운데 버드의 아버지가 근무하는 블루스타 항공사가 운영난에 시달리자 버드는 고든과 블루스타를 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블루스타를 구하기보단 해체하려는 고든의 의도를 알아낸 버드는 고든과 앙숙인 와일드먼 경의 도움을 받는다.
와일드맨과 버드는 주가를 조작해 블루스타를 구하지만...

 

 


 

 

 

브로커들의 임무는 수많은 매수자와 매도자들의 주문을 받아 그것을 시장에 뿌리고(Quote)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그들은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시켜 거래를 체결시키고 이러한 거래 체결에 대한 수수료를 중개보수로 취득한다.

 

 


 

 

영화의 배경은 1985년 뉴욕 월스트리트이다.
그리고 영화는 뉴욕 브루클린 항구를 거쳐 가장 아름다운 다리인 브루클린 브릿지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영화에서 브루클린 브릿지가 장면을 채우는 이유는 미국의 경제사를 떠받치고 있는 미국 이민사회와 뉴욕 경제구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형상물이기 때문이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로워 맨해튼(뉴욕 다운타운)과 브루클린을 잇는 대표적인 다리이며,
로워 맨해튼은 우리가 알고 있는 뉴욕 월가가 있는 지역으로 서울의 여의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브루클린 브리지 건설에는 수 많은 중국 노동자들이 투입되었는데 건설이 완료된 후 이들은 뉴욕시장에게서 맨해튼 일부의 부지를 부여받게 되고 그 부지를 이용해 모아둔 돈으로 음식점을 차리고 건물을 지으며 지금의 차이나타운을 형성한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겨울풍경

 

 

뉴욕시를 이야기 할 때 중요한 지역으로 표시되는 브루클린과 맨해튼은 각각 공업과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브루클린은 인근지역의 항구역할을 도맡게 되며 19~20세기까지 크고 중요한 공업지역으로 발전하게 되지만,

 

브루클린에서 바라본 맨해튼 (앞쪽 붉은 벽돌 건물들이 브루클린 지역이고 뒤쪽 신축중인 빌딩들이 맨해튼 모습이다) 브루클린은 현행법상 드론촬영이 제한되어 있어서 브루클린 드론영상이나 촬영이미지는 보기 드문 상황이다.

 


1930년 이후 공업성장이 감소되기 시작하면서 주요 기업들이 다른지역이나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하고 작은 공장과 창고만 남게되자 건물의 용도가 변경되고 오피스나 작은 창고들로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던 중 1970년대 후반, 맨하탄의 소호, 첼시 등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지역의 임대료가 급상승하게 되자
이들은 브루클린브릿지를 건너 브루클린으로 이주하고 그들이 정착한 곳이 덤보였다.

 

이곳을 시작으로 브루클린 지역이 발전되고 유명인들도 배출되면서 덤보지역은 인기명소가 된다.

브루클린브릿지와 덤보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도 미국 정치경제사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명작 중의 하나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84)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액션 이탈리아, 미국 1985.01.01 개봉 2015.04.09 (재개봉) 251분,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주연) 로버트 드 니로, 제임스 우즈 1921년, 좀도둑질을 일삼던 누들스..

ss-diary.tistory.com

 

이처럼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브루클린브릿지를 화면에 담는 이유는 다리가 가지고 있는 건축적 미학도 있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뉴욕 역사와 경제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가 브루클린브릿지를 보여주며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곡은 'Fly me to the moon' 이다.
달까지 날아가게 해달라는 이 곡은 그야말로 환상 속의 나를 외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영화 속에서 달콤한 사랑의 대상은 금융자본을 의미하는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게코는 버드에게 이런 말을 한다.

 


Fly me to the moon
Let me play among the stars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a, Jupiter and Mars
In other words, hold my hand
In other words, baby, kiss me

Fill my heart with song
And let me sing for ever more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I love you

Fill my heart with song
Let me sing for ever more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in other words
I love you.


내가 달로 날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별들 사이에서 내가 놀 수 있도록 말이죠
내가 목성과 화성에서는
봄이 어떤지 볼 수 있도록 말이예요
다시 말해서, 내 손을 잡아주세요
또 다른 말로는, 내 사랑, 키스해주세요

나의 가슴을 노래로 가득 채워주세요
그리고 그 노래를 내가 영원보다도 더 오래 부를 수 있게 해주세요
당시은 내가 열망하는 모든 것이니까요
내가 갈망하고, 또 열렬히 사랑하는 모든 것이니까요
다시 말해서, 정직해지는 거예요
또 다른 말로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나의 가슴을 노래로 가득 채워주세요
그리고 그 노래를 내가 영원보다도 더 오래 부를 수 있게 해주세요
당신은 내가 열망하는 모든 것이니까요
내가 갈망하고, 또 열렬히 사랑하는 모든 것이니까요
다시 말해서, 정직해지는 거예요
또 다른 말로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다시말해,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과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상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영화의 이야기는 80년대 실제 있었던

'정크 본드(Junk Bond) 내부 거래 스캔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정크 본드란, 신용평가 등급이 아주 낮은 회사가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1980년대 미국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영화가 시작되고 오프닝이 끝나면 주인공 버드가 사무실에 출근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사무실 풍경 속에서 대략의 전반적이 경제 분위기를 훑어주고 있다.

 

 

닉슨 행정부 시절에 벌어진 '닉슨 쇼크' 사태를 의미한다.

닉슨 쇼크는 1971년 8월 15일,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 라고 선언하며

국제경제에 충격을 준 사건을 말한다.

 

금의 양에 따라 달러로 교환하여 사용했던 금본위제의 종말을 의미하며 그건 달러의 자유화를 뜻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달러에게 채워져 있던 금교환이라는 족쇄를 풀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달러의 세상이 시작됐고, 시중에 흩뿌려진 달러는 뿌려지면 뿌리질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이 말은 달러의 가치를 정하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미국이라는 뜻과 다를바 없었다.

 

어찌됐든 달러의 가치기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무언가에 묶여 있어야 하기에 금의 양에 묶어놨던 달러를 석유로 묶어놓게 되는데

이는 지구상의 석유가 사라지지 않는 한 달러는 끝없이 찍어낼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게 석유와 연동시키는 과정에서 오일쇼크를 겪게 되고
그 여파로 물가폭등과 저성장으로 인한 실업률 상승이 일어나는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져버린 미국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감세를 통한 민간저축과 소비촉진을 유도했던 것이다.

 

이후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는 전임 카터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한다.
일명 '레이거노믹스' 로 불리던 대표적인 경제정책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 정부지출 삭감(복지지출 삭감), 금융규제 완화를 진행한다.

 

달러 강세와 유가 하락으로 경제성장률이 오르자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는 있었지만 문제는 가중되고 있는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와 정부지출 삭감으로 심화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쌍둥이 적자로 인해 독일과 일본을 상대로 진행된 무역적자가 심각해지며 달러강세를 잡기 위한 1985년 플라자합의의 배경이 된다.)

 

정작 세금감세로 인해 부자들만 더 부유해지고 정부지출 삭감으로 인해 복지예산이 줄자 중산층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더욱이 미국의 제조업은 1980년대 거품의 향흥을 즐기고 있던 신흥국 일본에게 밀려 위기에 처하고,
금융정책 완화로 인해 월가는 자산가격이 급등하며 돈이 돈을 버는 새로운 금융기법만 개발되고 있었다.

 

그로인해 금융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M&A(기업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 되고,
이에 따라 ‘80년대 중반을 전후하여 소위 제4차 M&A 파도라 불리는 적대적 인수합병(기업사냥)의 돌풍이 주식 시장을 휘몰아 친다.


적대적 인수를 하는 기업 사냥꾼 (Corporate Raider)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돈(자기자본)이나 다른 투자가들의 돈(인수할 기업의 자본금 및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는 은행대출 등)을 받아

자금을 마련한다.


그리고 사들인 회사가 갖고 있는 부동산, 공장 등 가치있는 자산들을 하나하나씩 팔아치우고,  
근로자들을 해고하거나 경영진을 구조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고 현금을 만든다.

 

그 돈(회사를 분할하여 매각한 돈)으로 기업을 살 때 빌렸던 돈들을 다 갚고 남은 돈은 본인에게 배당을 하게 된다.
이렇게 알맹이를 다 빼어먹은 후에 다시 다른 이에게 남은 껍데기를 팔아넘기는 것이 기업사냥꾼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이 방법은 고든 게코가 버드 폭스를 이용해 '블루스타 항공사'를 사들여 분할 매각하는 과정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구조조정을 하거나 회사의 경영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인수가 필요한데

그러기위해서는 다른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고든 게코는 텔다 제지사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기 위해 자신이 경영권을 인수하면 가장 먼저 돈 먹는 하마인 경영진들을 갈아치우고 더이상 쓸데없는 곳에 돈이 흘러가는 걸 막겠다며 주주들을 설득한다.

 

 

 

결국 1980년대의 미국 자본은 주주들이 더 많이 가져갈 것인지 경영진이 더 많이 가져갈 것인지 그들만의 싸움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애초에 직원인 노동자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기때문이다.

회사의 주인은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이라는 개념이 장착되어 있었기때문에

직원이나 노동자들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적대적 M&A가 주류를 이루고 있던 1980년대의 M&A의 특징으로는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 시장이 급성장하고, 이를 이용한 LBO(Leveraged buyout : 차입매수) 방식의 적대적 공개매수(기업사냥)이 활발하였고, 인수 후 분할매각을 통한 차익 도모가 M&A 거래의 대표적인 유형이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LBO란 Leveraged Buyout(차입매수)의 약자로서,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인수할 기업의 자산이나 향후 현금흐름을 담보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M&A 기법의 하나이다.

 

따라서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큰 기업의 매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인수할 기업의 자산이 대출의 담보로 제공되고,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은 회사를 인수한 후 그 회사 영업이익으로 상환하는 구조를 말한다.


한 마디로 자기자본은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인수 될 대상회사의 자본과 수익금만으로 대출과 상환을 해결하면서 대상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인수한 회사를 분할매각하여 차익을 보는 것이 바로 적대적 공개매수, 즉 기업사냥 방식이다.

 

 

고든 게코의 앙숙이던 래리 와일드먼경이 경영을 위해 매입하려는 애너콧 제철사의 주가를 폭등시켜 고가에 와일드먼경에게 팔아넘긴 댓가를 두둑하게 받은 버드는 아버지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블루스타 항공사로 찾아간다. 여기서 항공사 경영이 어려워 기술노동자들이 해직당하는 걸 노조위원 조합장으로써 막지 못해 난감해하는 아버지의 얘길 듣고 버드는 고든에게 도움을 요청해 항공사를 구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고든의 알턴 이를 빼듯 애너콧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이어서 고든이 2년간 공들인 텔다제지 M&A 프로젝트도 성공시킨 버드는 이미 자신이 고든과 같은 투자자가 되어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정크 본드가 될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바로 주인공 버드의 아버지가 다니는 블루스타 항공사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월스트리트는 바로 이런 적대적 M&A가 불러온 파국을 통해 미국 자본시장이 얼마나 탐욕적이고 저급한 시스템인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과 1980년대 미국 중산층이 실제로 어떤 모습이고 얼마나 얄팍한 수준이며 위태로운 상황인지 그 민낯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역대 영화사상 금융시장과 자본주의 시스템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최초의 금융경제시스템 영화로 기록되고 있으며,
대중에게서도 큰 인기를 얻게되어 감독에게 거장이라는 명예를 안겨주기도 한 영화이다.

 


 


영화는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영화 속 주인공인 버드 폭스(가운데)와 그의 아버지 카알 폭스(왼쪽), 그리고 버드 폭스의 욕심을 탐욕으로 이끄는 고든 게코(오른쪽)

 

 


 

----- 버드 폭스 & 카알 폭스

 

버드 폭스는 등록금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 시내에 있는 사립대학 NYU (뉴욕대학교) 출신이고,
월스트리트의 주식브로커로 일하고 있는 화이트칼라의 증권사 직원이다.

 

그의 아버지는 파산상태의 블루스타 항공사에서 기술공으로 일하는

전형적인 블루칼라 노동자이고 회사 노동조합의 조합장이기도 하다.


실제 아버지와 아들 관계인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도 부자관계로 나온다.
영화 속에서 카알 폭스는 버드에게 정직한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버드가 고든 옆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것도 아버지 카알 폭스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버드는 월가에 입성하기 전 아버지와 함께 블루스타 항공사의 기술직 노동자로 일한 경력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그 현장이 어떤 곳이고 그들의 노동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일하는 블루스타 항공사는 그들에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생계의 보루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노동자의 삶으로 현실에 만족하기에는 버드가 품고 있는 욕망이 너무나 컸던 탓에 그는 월가로 향하게 됐고,
더불어 생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허덕이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버드가 기술직 노동자의 삶이 아닌 증권사 브로커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대박을 터뜨릴 기회 때문이다.

 

평생 기술직으로 먹고 산다는 것도 보장된 삶이 아니기때문에 언젠가는 손을 놔야 할 일인데다가

그마저도 손에 얼마 안 될 퇴직금이 전부라는 것도 불만스러운 일이었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누구의 돈일지도 모를 어마어마한 돈을 쥐고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사는데 그에비해 자신과 아버지는
그 노후마저 빡빡한 삶이라는 현실이 불공평하고 불만족스럽다.

반면, 노동시장에 비해 금융시장은 너무도 다른 세상이다.
이곳에 있는 한 평생을 보장받을 기회를 넘어 상상 이상의 삶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것에 그 유혹의 손길을 털쳐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금융자본주의의 단맛이라고 한다면 그 이면에 깔려있는 부채의 무게와 책임은 막상 현실로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버드는 대학을 졸업해서 직장을 다니지만 아직도 학자금 융자를 갚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 1987년 작품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질적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보다
1985년 당시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기업의 생존과 부적절하게 연결되어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부채에 대한 이야기는 심도 있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단지, 버드가 자신의 고객의 자산을 손실시켜서 매꿔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그의 금전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것으로 언급되고는 있다.


게다가 영화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아이러니하게 개봉당시인 1987년 일어난 블랙먼데이 사태로 인해 금융권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쇄도하고 80년대 중반 기업 M&A 비리 사건이 회자되면서 영화는 더욱 이목을 집중받게 됐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뉴욕대를 졸업하고 월가로 입성하게 된 버드는 그가 바라던 증권사 직원이 되지만
이또한 항공사 기술직 노동자와 별반 다를바 없는 정신적 노동에 시달리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대박을 터뜨릴 큰 고객을 잡겠다는 희망을 놓지 못한채
오늘도 고객 자산을 손실시킨 금액을 채우기 위해 여지없이 아버지에게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러 간 그 날 버드는 아버지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된다.


블루스타 항공사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고가 항공사의 책임이 아니라 기체를 제작한 제작사의 책임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얼마 후에 공개발표될 예정이라는 정보였다.

 

이 말은 사고때문에 주가가 떨어져 있는 블루스타 항공사의 주식을 지금 사 놓으면
발표 후 주가가 상승할테니 그때 되팔아서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즉, 아무도 모르는 실무자들만 아는 그야말로 돈이 되는 정보를 얻게 된 것이다.

 

 

 


 

 

----- 버드 폭스 & 고든 게코

 

 

이반 보에스키(왼) / 마이클 밀켄(우)

 

1980년대의 전설적인 기업사냥꾼이었던 이반 보에스키와 정크본드의 황제로 불린 마이클 밀켄을 모델로 한 고든 게코는 실제 그들이 했듯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와 기업인수 후 분할매각에 의해 엄청난 재산을 형성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증권거래위(SEC)는 1984년 이반 보에스키를 기소하게 되고 그를 통해 1988년 11월에는 마이클 밀켄까지 구속하게 된다.

 

영화의 배경은 1985년 월가이기때문에 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이다.

 

 

일개 증권사 브로커인 버드는 자신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든 게코 같은 대어를 낚아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며
그의 비서에게 59번이나 러브콜을 보내지만 결국 다른 브로커들과 다를바 없는 취급만 받을 뿐이었다.

 

그러나 버드는 더이상 여유가 없다.
당장 학자금 융자도 갚아야 하고, 아버지와 동료에게 진 빚도 갚아야 할 뿐더러
더 이상 고객의 자산을 메꾸는 일만 하다가 이곳에서 썩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아버지로부터 듣게 된 '돈 되는 정보' 가 있지 않은가!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겠다는 다짐으로 고든 회사의 인포메이션 담당자와 잠자리를 하고 그녀를 통해 고든의 사무실까지 무난히 입성하게 된다.

 

그리고 고든의 비서에게 그의 생일선물을 가져왔다며 고든이 가장 좋아하는 시가를 어렵게 구했으니
그를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까지 하게 되고 결국 눈 앞에서 고든 게코를 만나게 된다.

 

But,

 

그러나 고든을 만나게 한 건 버드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행동이지만
고든이 그를 선택하게 만든 건 블루스타 항공사의 '정보'였다.


고든은 사람의 가치를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돈 되는 정보의 가치와 동일시 하는 사람이다.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이 되는 정보를 소유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갖는다.

 

버드의 동료가 말하는 고든 게코에 대한 평가

 

버드는 고든을 만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버드의 모습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버드를 테스트하기로 한다.

 

그러나 첫 투자에서 10만달러를 손해본 고든은 버드를 내치려고 했지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버드의 애청에 자신의 앙숙인 와일드맨경의 뒷조사를 시킨다.

 

 

버드는 고든의 지시에 따라 각종 내부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해 전달하고,
그 결과 래리 와일드먼경이 애너콧 제철을 사들이려 한다는 것을 유추하게 된다.

 

그리고 고든은 버드를 이용해 애너콧 제철 주가를 폭등시키기 위해

모든 정보(언론을 비롯한 증권찌라시)를 퍼뜨리며 주가를 조작한다.

 

 

결국 애너콧 제철의 경영권이 필요했던 와일드맨경은 고든이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주식을 비싼 가격에 매입하게 된다.

이후에도 고든은 버드가 입수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내부자거래 및 기업인수합병 및 분할매각을 통해 부를 축적해 나간다.

 

그 와중에 젊은 날의 자신을 닮은 폭스를 보며 제2의 고든을 만들고자 했지만 결국 블루스타 항공사마져 적대적 M&A로 인수하고
분할매각하려는 고든에게 실망한 폭스에게 고든은 그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준다.

 

 

고든 게코는 자본주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자본의 성질은 끝없이 팽창하는 것에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만약 자신이 자본을 축소시키는 사고를 일으킨다면

자본은 그즉시 자신을 떠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자본을 맹신하며 자본의 팽창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든 밑에서 일하면서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된 노동과 노동자들의 현장을 금융자본시장이 외면하고 있다는 현실과 직면하자
자본이 주는 풍요로움의 유혹과 노동 현장의 괴리감 사이에서 고뇌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가 쓰러지자 모든 것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블루스타 항공사를 경영의 대상으로 바라봐 줄 와일드맨경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고든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 실망감과 배신감을 풀기 위해 버드를 주가조작 혐의로 잡혀가게 만들지만
오히려 그런 고든의 복수에 응하기라도 하듯 버드는 감찰수사에 공조하고 결국 그 모든 조작은 고든의 지시였음을 밝히며
고든에게는 더 큰 쇠고랑을 선물하게 된다.

 

 


 

 

----- 버드 폭스 & 래리 와일드먼 (와일드먼경)

 

 

 

래리 와일드먼도 과거에는 고든과 함께 자본을 탐하는 인물이었지만 결국 자신의 명예를 위해 자본을 선순환 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고든의 앙숙으로 나오는 와일드먼경은 영화에서 큰 비중을 갖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든이 자본의 악(惡)이라면 와일드먼은 상대적으로 자본의 선(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버드에게 히든카드가 되는 인물이다.

 

 

이 장면을 보면 감독이 래리 와일드먼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하고 싶어하는지 볼 수 있다.

고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을 선순환 시켜보려는 입장이라지만 그 역시 자본을 더 크게 굴리는 것에 관심이 있는 자본가라는 걸 드러내주는 장면이다.

 

여왕에게 작위를 받았다는 점에서 명예라는 부분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자연스럽게 정치경제적인 측면으로 해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자본가가 여왕이 내린 작위를 받고 미국 시민권을 얻어 미국자본시장에 뛰어들어 제철사를 매입하고 경영한다는 건 정치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을 모두 포괄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래리 와일드먼은 영국 자본력을 대표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버드는 미국의 M&A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의 자본력에 호소할 뿐이다. 결국 래리도 종이 한 장 차이로 고든과 다른 입장에 있을 뿐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버드는 자신이 블루스타 항공사가 공중분해 될 위기에 빠뜨린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고든 외에 항공사를 인수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게된다. 그러나 결국 고든과 맞설 수 있는 자본력은 와일드먼경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는 고든때문에 애너콧 제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큰 출혈이 있었기에 복수하고 싶어한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와일드먼경이 버드의 요청을 승락하지만 그가 참여하겠다고 허락한 가장 큰 이유는 블루스타 항공사를 건실한 회사로 경영해 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블루나 화이트나 노동자이긴 마찬가지이다. 단지 몸으로 노동을 할 것인지 머리로 노동을 할 것인지의 차이 뿐이다.
그러나 버드는 노동자가 되겠다는 게 아니었다.

 

그가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단지 뭔가를 소유하는 것에서 만족을 느끼는게 아니라 좀 더 영향력있는 위치로 올라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 점이 게코와 버드의 차이점이었다.

 

그렇기때문에 버드는 제아무리 풍족한 부가 손에 들어와도 공허함을 느끼며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가졌다.

결국 버드는 소유하는 것을 넘어 그 소유력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펼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버드는 고든이 아니라 그와 앙숙인 와일드먼경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와일드먼경이 애너콧 제철을 단순 투기대상이 아닌 경영의 대상으로 투기가 아닌 투자를 선택했던 것처럼 블루스타 항공사도 투자의 대상으로 봐줄 자본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일드먼과 버드가 고든에게 복수한 방법은 고든이 와일드먼에게 사용했던 방식을 거꾸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미 다량의 주식을 확보해가고 있는 버드에게 손해를 끼치게 하려면
그가 비싼 가격에 매수하고 고든 스스로 폭락한 가격에 블루스타 항공사의 주식을 모두 매각시키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블루스타의 주가를 일시적으로 상승시켰다가 급격하게 폭락시키는 주가조작을 했던 버드는 결국 고든의 복수로 쇠고랑을 차게 된다. 이에는 이라고 하는 방법으로 적대적 M&A 는 똑같이 적대적 M&A로 복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모두 기소와 구속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1980년대였으니 미국 자본시장이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 버드 폭스 & 대리언 테일러

 

 

 

 

영화 속에서 대리언이 보여주는 것은 중산층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생산적인 일보다 소비적인 생활에만 관심있어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솔직히 영화 속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는 캐릭터는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버드의 아버지인 카알 폭스의 경우에도 그가 비행기를 설계하거나 제작하는 노동자는 아니다.
그는 그 비행기를 수리할 수 있는 기술직 노동자이기에 생산적인 일을 하는 포지션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금융자본주의는 생산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아니, 적어도 생산은 금융자본이 할 일이 아니라고 규정짓고 시작한다.


생산보다 가치부여에 집중되어 있고, 그것을 통해 얼마나 많은 거품을 일으킬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치부여는 생산자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통해 부여받기때문에 소비가 경제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다.

 

누군가 소비를 해주지 않는다면 생산은 가치를 잃게 된다.

문제는 가치의 기준이 가격표라는 점이다.

 

 

실제 생산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물에 붙어 있는 가격표가 가치의 기준이 되어 자산으로 둔갑하고
특정 계층의 소유욕이 가치의 기준이 되어 비이성적인 결정들이 가격을 책정한다.


영화에서도 대리언은 고든의 수집안목을 고가의 수집품을 소유 할 수 있는 경제력에 기준을 두고 있다.
다른 것보다 그저 비싼 제품이나 작품을 가지고 싶으면 가질 수 있는 고든의 재력에 압도 되어 있는 캐릭터다.

 

 

그녀는 진심으로 버드 폭스라는 사람을 사랑하기 보다
그가 고든의 신임을 얻고 그의 지원을 받아 성장하고 있는 젊은 고든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를 좋아했을 뿐이다.

 

녀는 돈에 끌려다닐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였다.
그런 그녀의 현실을 보여주는 깨진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녀 뿐만아니라 고든이나 버드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다른 무엇보다 영화의 메세지가 담겨 있는 장면은
자신이 들고 있는 주인의 주식자산이 종이쪼가리로 바뀌기 전에 한 푼이라도 건지려는 브로커들의 모습들이다.

 

 

자칫 잘못하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겠다고 나서는 누군가에게 미친듯이 몰려있는 모습들이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팔아야 살아남을 것만 같은 그들은 목청 높여 매도에 달려든다.

그렇게 주가는 폭락하거나 폭등한다.


어느순간 급작스런 조작으로 시장이 혼탁해지면 과연 누가 그 시장을 신뢰하고 거래하겠는가.
게다가 생산적인 시장에 금융이 돌아야 할 상황임에도 모두들 미친듯이 알 수 없는 미래의 투기시장에 금융이 몰려있으니
실물경제가 제대로 돌아갈리 없고, 실물경제의 위기는 결국 주식시장의 주가하락으로 연동되기 마련이다.

 

그런 현상이 흔했던 1980년대의 주식자본시장은 그렇게 블랙먼데이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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