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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and ... 여자

시즈닝 하우스 (2016), 벗어날 수 없는 굴레

by story-opener 2020. 10. 27.

The Seasoning House


스릴러
영국
2016.01.21 개봉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폴 하이엣
(주연) 로지 데이, 숀 퍼트위, 케빈 하워스, 안나 월튼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엔젤이라 불리는 소녀는 부모님과 언니를 죽인 군인들에게 납치되어 매춘굴에서 일을 한다.

엔젤은 거기서 납치되어 온 여자들에게 식사를 주고 손님을 받기 전 여자들에게 마약을 주입하는 일을 한다.
납치되어 온 여자들 중에 수화를 할 줄 아는 여자를 만나게 되어 서로 의지하며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사이코패스인 군인 남자에 의해

가학적인 성관계를 강요당하는데 그때 남자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그 여자의 목을 졸라 죽인다.
이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엔젤은 충격에 휩싸인다.


급기야 그 군인을 칼로 찌르게 된다. 엔젤은 도망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군인들과 매춘굴 주인은 엔젤을 쫒는데...
엔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1,2차 발칸전쟁

 

 

 

 

 

발칸반도 지리적 상황

 

 

 

1991년 소련이 붕괴된 후 유고연방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보스니아인,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사이의 전쟁, 즉 보스니아 내전에 있었던 학살, 납치, 인신매매의 참상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와 배경이 같은 발칸반도의 내전 중에서 조지아 내전인 압하스 전쟁(1992~1993년)을 배경으로 하는 또 다른 영화, 텐저린즈:누구를 위한 전쟁인가(2013) 작품이 생각난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전쟁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실제 보스니아 내전 당시 모습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엔젤은 마을에 처들어온 군인들에게 엄마와 언니가 살해당하고 놈들의 매춘굴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의 성노예로 길들여지며 인간이하의 삶을 살게 된다.

 

 

 

 

길들이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더군다나 성(性)을 길들인다는 건 인류가 행한 폭력 중 가장 잔인한 폭력이다.

성(性)을 길들인다는 건 섹스용으로 팻을 길들이듯 다루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즈닝 하우스는 바로 그런 장소다.

수컷의 재미를 돋우기 위해 존재하는 성노예굴.

 

 

 

 

엔젤에게 수화로 말을 걸기 시작하며 유일하게 친구가 됐던 유일한 소녀. 그러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성행위에 의해 숨지게 된다. 엔젤은 친구의 죽음을 막기 위해 소녀에게 폭력을 가한 군인을 살해하지만 결국 친구를 살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이곳에서 도망치기 시작하고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어째서 소녀였을까?

 

1.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2. 반항에 대한 제압이 쉽다.
3. 쉽게 무기력해진다.
4. 성적 가혹행위로 인한 상처 회복이 비교적 빠르다.
5. 제대로 도망치지 못한다.

6. 미성숙한 상태라서 장난감처럼 멋대로 할 수 있는 최약층을 상징한다.

 

 

 

소녀는 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설정됐을까.

 

눈은 앞을 보고 있는 듯 하지만

정작 귀를 통해 주변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할뿐더러

말을 할 수 없으니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당장 눈 앞의 현실은 눈으로 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을 들을 수 있는 귀를 막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입을 막음으로써

소녀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설정한 건 아닐까.

 

마치 소련이 붕괴되어 그들이 독립한 듯 보이지만

내면의 또 다른 상황들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현실처럼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십 대 여자라는 점을 생각하자 갑자기 tvn에서 방영했던 도깨비의 여주인공 캐릭터가 떠올랐다.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지만 사회 물정을 몰라 나약한 여고생.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하루도 먹고살기 힘든 여고생.
부모를 잘못 만나 일찍 죽을 목숨을 도깨비 덕에 되살아 난 생명. (목숨 빚이 있는 여고생)
빚은 갚아야 한다는 원리에 의해 도깨비 신부가 될 운명.


다들 도깨비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지만 어쨌든
내 생각에 도깨비의 핵심은 어리고 나약한 사회적 약자이지만 언제나 1등을 달리는 '똑똑한 여고생'이라는 게 핵심이다.
도깨비가 원하는 건 예쁜 여자가 아니라 똑똑하고 현명한 여자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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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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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인 성폭행으로 골반이 부서진 소녀에게 목숨이 붙어있는 것 자체가 지옥이다. 그러나 소녀는 엔젤에게 부탁한다. 저들이 자신을 죽이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엔젤도 그러겠다고 약속하지만 저들에게 끌려온 그녀도 소녀일뿐. 그래도 최선을 다해 소녀를 지켜보려 노력하지만 결국 엔젤은 친구였던 소녀를 잃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제아무리 똑똑하고 현명한 여자든 소녀든 그것 역시 허무하게 만들어 버린다.


비록 말을 못 하고 듣지 못하지만 자신의 친구였던 소녀를 살리기 위해 목숨 걸고 가학행위를 했던 놈을 잔인하게 죽인 엔젤은 결국 생존을 위해 그곳을 벗어나려고 탈출을 시도한다.

 

 

 

 


사투 끝에 성노예 굴에서 벗어나 죽음을 넘어 숲을 지난 소녀는 높은 언덕 위에서 한 참을 떨어진 곳에 새로운 집을 발견한다.
그리고 남은 힘을 다해 죽어라 달리고 또 달린다.

 

 

 

 

 

 

 

드디어 도착한 곳에는 한 할머니가 집 앞 뜰에서 여유롭게 바구니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안겨 쓰러지듯 기댄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얘야!! 여보~"

할머니는 소녀를 부추기며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 괜찮다. 안심해라~"

그리고 문을 닫고 들어가는 할아버지는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는 성노예 굴에 갇혀 있는 소녀들을 치료하러 오는 의사였다.
포주와 연락하는 관계임을 암시한다.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정말 소녀는 시즈닝 하우스를 벗어난 걸까?
시즈닝 하우스의 끝이 있는 걸까?
언덕의 높이는 결코 높지 않았다.
소녀가 본 세상은 손바닥만큼의 크기도 못 된다.

그녀를 들인 그 집은 시즈닝 하우스에서 벗어나 있던 걸까?


시선의 높이가 시야를 확보한다.
시선의 높이는 소녀가 올라설 수 있는 만큼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지친 소녀는 더 높이 오를 수 없다.
나약한 소녀였지만 유일하게 탈출을 감행할 수 있던 소녀였다.

그건 다른 소녀들에 비해 육체적인 가학이 덜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말을 못 하고 듣질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이 된다 하더라도 그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다고 판단된 것도 있지만 성적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가해자들이 이 소녀를 통해서는 그 어떤 소리나 반응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포주가 그녀에게 에인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이 보조 노릇을 하며 때때로 성적 해소제로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어찌 보면 그나마 다른 소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과감히 탈출을 감행하고 성공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애초에 그 모든 여건이 자신에게 운 좋게 주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서도 소녀라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드라마 도깨비 속의 은탁이도 떠올랐고

드라마 힘센 여자 도봉순의 봉순이도 떠올랐다.

 

자신의 힘을 조절해가며 사용할 줄 알게 된 여자.

단순하지만 힘을 제대로 된 곳에 제대로 쓰고 싶어 하는 여자로 성장한다.

 

그에 비해 소녀는 아직 힘이 없다.

 

 

 

 

 

 

볼 수만 있고

듣거나

말을 할 수는 없는 어린 여자.

 

보는 것에도 시선의 한계가 있는 어린 여자.

 

소녀,

여자의 길이 갈리는 중요한 시기.


소녀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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