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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and ... 여자

미씽 : 사라진 여자 (2016)

by story-opener 2020. 9. 8.

MISSING


미스터리 한국
2016.11.30 개봉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이언희
(주연) 엄지원, 공효진

 

 

 

 


천사 같던 그녀의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거짓보다 더 무서운 진실
그녀를 찾아야만 한다.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 지선은 헌신적으로 딸을 돌봐주는 보모 한매가 있어 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지선은 보모 한매와 딸 다은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을 알게 된다.
지선은 뒤늦게 경찰과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양육권 소송 중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한다.
결국 홀로 한매의 흔적을 추적하던 지선은 집 앞을 서성이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증언들로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녀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이름, 나이, 출신 등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는데…

 

 

 


 

 

워킹맘과 이주여성
가해자와 피해자


제도권 안의 여자와 제도권 밖의 여자


어떤 상황이든
어떤 여자이든
그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실패한 결혼과 아이에게 갖는 집착이라는 점이다.

 

이야기는 그 두 가지 조건 아래 이혼한 워킹 맘보다 더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주여성의 삶을 이혼한 워킹맘의 추적으로 들여다본다.

 

 

 

 

 

 

 

 

 

보모였던 한매는 김연이라는 이름의 여자로 한국으로 시집을 온 조선족 여자다.
조선족 이주여성의 육체적 가해자는 그녀의 시어머니와 남편이지만
그녀에게 정신적 가해자는 다름아닌 지선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다은이 엄마, 지선.

 

 

 

 

 

 

 

 


 

 

 

한매가 아이에게 집착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곳에서 갈 곳을 잃고 자포자기하며 학대와 폭력에 익숙해진 삶을 버텨낼 이유였기 때문이다.

아이가 없었을 땐 방법을 찾지 못해 꾸역꾸역 살고 있었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갖게 된 그녀.

 

그런 딸이 아파하자 그녀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자신의 딸을 위해 지옥 같은 집구석에서 도망쳐 나온다.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아파하는 자신의 딸을 치료받게 하기위해
학대하는 남편과 시어머니에게서 도망쳐 자신의 장기까지 팔아 아이를 구하려 했지만
남편의 병원비 지급 거절과 입원비 부족으로 병원에서 강제 퇴원당하게 된다.

 

 

 

 

 

 

그리고 퇴원된 병실에 입원한 아이가 바로 지선의 아이였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선의 아이가 아파서 병원을 찾은 그날,
병실에 자리가 없어 의사였던 남편을 닦달하자 남편은 병원 차트를 뒤져본다.
그리고 병원비가 밀려있는 한 아이를 내보내라고 압박을 가하고 그 자리에 지선의 아이를 입원시킨다.
그렇게 지선은 이혼한 남편을 통해 김연에게 시스템적 폭력을 가한 것이다.

 

 


 

 

결국 김연은 죽은 자신의 딸을 대신할 아이가 필요했고
그녀에겐 마땅히 지선의 딸이 그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철저한 계획에 의해 다은이에게 접근하게 된 김연은 자신의 죽은 딸을 김치가 얼어버릴 정도로 냉동시켜 지선의 집 냉장고 안에 숨겨 놓고 대신 다은이를 데려간다. 

 

그녀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건 결국 그녀의 딸 재인이가 죽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이다.

김연의 정신적 충격은 딸 재인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 충격을 가한 직간접적 원인 제공자는 그녀를 육체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남편과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지선에게도 책임을 묻게 된다.

 

 

 

 

 

이 영화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그녀는 죽은 딸을 제외하고 최하위의 약자이며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그녀에게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상관없이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지선의 딸을 경찰에게 넘기고 바다로 빠진 김연을 따라 지선도 바다에 함께 빠진다.
조금씩 밑으로 가라앉는 김연의 손을 잡지만 김연은 지선의 손을 놓는다.

그리고 죽은 자신의 딸이 추울까 봐 시신 위에 덮어줬던 손수건을 꼭 끌어안은 채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김연은 마지막 그 순간까지 지선을 용서하지 않는다.

 

 


 

 

 

김연과 지선은 둘 다 실패한 결혼생활과 아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드러내고 있다.

그건 실패한 결혼생활의 보상을 아이에게서 찾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김연은 학대받는 결혼생활 속에서 빛처럼 얻게 된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걸 걸었다. 이 지옥에서 아이라도 얻지 않으면 그녀가 그 먼 곳에서 여기에 온 이유가 허무해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선 역시 자신의 실패한 결혼생활이 시간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아이라도 남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버거운 워킹맘으로 살더라도 바람피운 남편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다는 명분으로 아이만큼은 뺏길 수 없다는 집요함을 드러내고 있다. 솔직히 지선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손을 쓸 수 없는 수준의 엄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시간을 들여가며 성장을 함께 공유할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아이와 함께 하며 육아를 익혀갈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자신이 키워야 한다는 그 집착의 근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김연은 배움의 끈이 짧고 지선은 그나마 조금은 더 배운 듯한 엄마다.

그러나 둘의 상황은 아이의 병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자신보다 더 약한 상대에게서 빼앗는 것 말고 달리 뭘 더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니까.

 

 

 

그런 의미로 보면 김연이 지선의 딸 다은을 빼앗으려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육아에 무지한 지선은 상대적으로 김연의 시선에선 약자일 뿐이다. 그러니 육아의 강자인 자신이 자격 없는 지선보다 다은이를 더 잘 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테고 자신의 죽은 딸을 남겨놓고 김연의 딸을 데려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지선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본주의는 철저히 돈과 경쟁으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하듯 돌아가고 있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여자라는 존재는 이 서바이벌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불안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애절함도 억울한 여자의 복수심도 아니라고 본다.

 

세상의 무엇이 두 여자를 이런 상황으로 몰아간 것인지

도대체 우리가 사는 현재의 이 시스템이 약자를 죽음의 경쟁 속으로 몰아넣는 이유가 뭔지 그 근본적인 구조를 들여다봐야 할 문제라고 의문을 던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속 깊이 가라앉는 김연의 눈빛이 자신과 딸의 죽음이 억울하다고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오기도 했다.

 

그에 반해 지선이 딸과 안도의 포옹을 하는 엔딩 장면은 솔직히 거슬릴 정도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건 아마도 세상의 모순이 한순간에 드러나는 것 같아 불편했던 것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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