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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with ... 영화

부동산으로 흥한 가족 부동산으로 망하다, 버블 패밀리 (2018)

by story-opener 2020. 10. 27.


Family in the Bubble

 

다큐멘터리
한국
2018.12.20 개봉
77분
전체관람가
감독) 마민지

 

 

 

 

 

 

 

 

 

이 영화는 본인이 자신의 가족을 주연으로 영화를 찍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동산으로 흥한 부모님이 부동산으로 망했다는 사실을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들여다본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다.

대부분 자신의 현실을 들여다보느니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쪽으로 선택하기 마련이다.
감독도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부모에게 반기를 들어 그들을 외면하고 회피하기 위해 독립했지만
결국 그 결과와 여파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현실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감독은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잘 나가던 우리 가족은 왜 갑자기 망했을까?
2. 경제적으로 무능한 부모님은 왜 부동산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세 번째 질문을 던지게 된다.

 

3. 그렇다면 부모님은 어떻게 잘 나가게 된 것일까?


신기하게도 세 번째 질문의 답을 알게 된다면 나머지 두 질문에 대한 답은 자연스럽게 풀리게 된다.

 

 

 

 

 


 

 

 

 

 

 

 

 

 

 

1980년대 말, 86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으로 시작된 버블 파티는 다름 아닌 집장사였다.
80년대 중후반 무렵 그들이 중산층으로 입성할 수 있게 된 건 누구나 집장사에 뛰어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장사가 더욱 활성화 된 것도

1980년대 후반 3저현상(저환율, 저유가, 저금리)으로 그 혜택을 본 건 건설업과 그에 관련된 부동산 시장이었다.

 

엔고원저로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유가도 떨어지고
금리마저 떨어진 상황.

 

엔화가 비싸니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원화가 많이 팔렸다는 건 경상수지 흑자를 보였다는 것이고 이는 국민소득이 1980년대 말 1,592달러에서 1991년 6,518달러로 약 4배 이상의 경제성장을 불러왔다. 즉, 무역으로 돈을 많이 벌어들이니 주머니가 두득해졌다는 뜻이다.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중에서도 유가가 떨어졌으니 지출액이 줄어들고 그나마도 부족한 부분은 대출을 해야 하는데 금리마저 떨어진 상황이어서 대출부담이 그만큼 줄어든 데다가 무역수지 흑자까지 맞물렸으니 국내에 유입되는 돈이 차고 넘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 보호무역정책을 놓지 못하고 있던 한국은 해외 압력에 못 이겨 결국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 게임'을 치르게 되면서 개방의 물결이 흘러들어오고, 그걸 명분으로 서울의 도심부는 전면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도심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 남대문에서 서울시청 쪽 태평로 일대의 휑한 풍경(왼쪽·1972년)과 3차 도심 재개발이 완료된 서울역 앞에서 옛 삼성 본관까지의 빌딩숲(오른쪽·2010년)이 대조를 이룬다.서울시 제공

 

 

 

 

남산 - 힐튼호텔
태평로 - 삼성생명 플라자, 프레스센터
순화동 - 중앙일보사 신사옥(호암아트홀)
세종로 - 교보빌딩
을지로 - 삼성화재, 두산빌딩
종로 - 제일은행
공평동 - 태화빌딩, 하나로빌딩 등

 

재벌들에 의한 재개발이 연이어 진행되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개인들도 뛰어들기 좋은 부동산 시장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적어도 상황이 그렇다는 걸 안 이상 이런 현실에서 집만 지으면 때부자가 되는 기회를 넋 놓고 보고만 있을 사람은 없다.
더욱이 금리가 낮으니 대출이 원활해지고 수중에 목돈이 생기니 그 돈을 종잣돈으로 더 큰돈을 벌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잠실 장미아파트, 석촌호수 주변, 1983년

 

 

 

 

 

1980년대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 잠실 아시아선수촌, 서초 삼풍아파트

 

 

 

 

 

 

 

80년대 강남 잠실 아파트 건축현장

 

 

 

 

 

감독의 아버지나 어머니도 건축업과 무관한 사람들이었지만 운 좋게도 도시개발이라는 경제정책 덕분에 소규모 건설업을
할 수 있었고, 그게 가능했던 건 개발해야 할 도시구역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이라 지명된 곳은 도시화를 기다리고 있는 노다지였다.

 

 

 

 

 

 

 

 

 

자본주의 사회의 중산층들은 그렇게 땅을 밟고 거품을 만들어 중산층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계층으로 입성하게 된다.

그러나 땅이라는 구역도 유한한 것이니 언젠가는 끝을 볼 수밖에 없는 거품이지만 중산층의 맛을 본 사람들은 결코 그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아니, 용납하지 않았다. 한 번 개발된 도시는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또다시 재건축을 올리며 버블을 키워가기 급급했던 탓에 파티가 끝나가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 대치동 전경, 10년 뒤면 바뀔까 > 1980년대 초·중반에 지어진 서울 강남권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 너도나도 재건축에 나서고 있다. 90% 이상 아파트 재건축을 했거나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한경DB

 

 

 

 

 

버블의 정점은 2005년 부암동 신축빌라 다세대 건축이 제재당하면서 꺼지기 시작했다.
당시 부암동에 고급빌라를 짓고 임대사업을 할 생각으로 투자한 금액이 온전히 빚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평당 400만 원이 60배로 오를 거라는 업계의 소식을 듣고 투자했지만 바로 다음 해에 제재정책이 들어선다.
당시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책이 만들어진 순간이다.
2005년 부암동에는 2층 이상의 건축은 지을 수 없다는 규제가 들어오고 부풀었던 꿈은 빚으로 돌아서는 순간 폭망 하게 된 것이다.

 

 

 


 

 

 

 

 

 

 

 

부를 손에 쥔 듯 남부러울 것 없는 시간들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어느새 1998년 IMF와 함께 보이지 않던 거품이 터지면서 그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자신의 생각과 달리 모든 걸 순식간에 빼앗겨버린 억울함과 다시 되찾겠다는 미련함이었다.
결국 억울해서 죽을 수 없고, 다시 찾아야 하니 더욱 죽을 수 없는 망한 사람들의 미련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들의 빚이 자식에게도 대물림 된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는 그 본질이 자본을 늘리는 것에 있다.
여기서 자본은 창출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無에서 有를 만든다는 개념 자체가 자본인 것이다.

그렇게 창출된 자본은 더 많은 자본창출을 위해 사용되고 그 순환은 더 큰 자본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자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가 될만한 소자본이 필요하고 개인은 그 자본을 스스로 마련할 능력이 없으니 당연히 대출이라는 경로를 통해 빚을 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자본은 더 큰 자본으로 굴러갈 수 있을만한 아이템에 몰리는 게 당연하고 그런 아이템에 대한 고민은 정부 정책과 시대 흐름을 파악하며 연구할 때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인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국내 상황과 내부 정책과 국제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과연 자본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국 영화의 줄거리는
허름한 방 2칸짜리 월세도 못 내고 전기세도 밀리며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아가는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독립을 했지만 결국 자신도 학자금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시기가 돌아오자
어쩔 수 없이 월세 살이를 접고 다시 부모의 그늘 속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달라진 점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감독이 말했듯이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말은 결국 땅이 주는 거품의 맛이 황홀할지언정 언젠가는 꺼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을 땅에 기대며 살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인 것 같았다.


초기에도 언급했듯이 감독이 자신의 현실을 직시했다는 점과 그 사실을 영화로 찍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영화이지만 무엇보다 영화속 배경과 주인공들의 삶이 하나로 연결되어 낱낱이 보고되는 상황들도 무시할 수 없는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다.

게다가 자신이 밟고 있는 땅의 거품이 어디서 어떻게 왜 생겼는지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드려다 본다면 자본주의와 빚에 대한 관계성까지 고민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다큐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2008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중산층은 더 큰 부동산 갭투자가 벌어지면서 그 심각성이 깊어진다.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2016년 보고서 (현안과 과제_국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및 전망)

 

2008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되며 2016년 2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1,257조원을 기록 - 특히 부동산 경기 호황이 지속되며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

 

 

 

 

(저금리 지속) 경기 둔화로 인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의 차 입 비용이 감소해 대출 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

 

 

 

- 저금리 기조에 따른 여신금리 하락으로 가계의 차입 비용이 감소하면서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작용

-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비 및 부채상환을 위한 신용대출 비중이 증가

 

 

 

 

(가계소득 부진) 가계소득 부진이 지속되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비 등을 위한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 -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비 및 부채상환을 위한 신용대출 비중이 증가

 

 

 

 

 

 p.s.

 

 

 

 

 

 

도대체 인간의 욕망은 자본주의를 타고 어디까지 올라가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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