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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with ... 영화

넷플릭스 - 미국 자본주의 중산층의 소멸, 언컷 젬스(2019)

by story-opener 2020. 9. 21.

Uncut Gems

넷플릭스
코미디/범죄/미스터리/스릴러/드라마
미국
2020.01.31 개봉 134분,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베니 샤프디, 조쉬 사프디
주연) 아담 샌들러

 

 

 

2010년 에티오피아의 웰로 광산에서 유대인 광부가 희귀 보석인 블랙오팔을 캐낸다.
1년5개월 뒤 이 보석은 미국 뉴욕의 유대인 보석상 하워드 래트너가 10만 달러에 구입하게 된다.

 

하워드는 심각한 도박 중독자로, 사돈이면서 사채업자인 아르노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하워드는 보석을 경매에 올려 빚을 갚으려고 하던 것이다.


이때 가게에 단골 드마니가 농구 선수 케빈 가넷을 끌고 오자, 하워드는 오팔을 자랑한다.
그러자 가넷이 행운석으로 삼고 싶다면서, 그날 밤 경기 때 몸에 지니게 잠시 빌려달라고 한다.
하워드는 마지 못해 넘겨주면서 대신 가넷의 챔피언 반지를 맡아두기로 한다.

 

하워드는 바로 전당포로 달려가 반지를 담보로 거액의 돈을 빌린 뒤, 가넷의 경기에 전부 베팅한다.
가넷은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경기에 우승해서 하워드는 돈을 따게 된다.

 

그런데 하워드가 딸의 학예회에 참석했을 때 아르노와 그의 패거리가 하워드가 베팅한 돈을 모두 회수한 후 그를 납치해서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다. 하워드는 그들에 의해 알몸으로 차 트렁크에 갇히고 결국 아내 디나에게 연락해서 간신히 빠져 나온다.

이후 드마니에게 연락해서 가넷에게 빨리 오팔을 돌려 달라고 하지만 둘 다 능청을 부리며 하워드를 따돌린다.


나중에 가넷은 17.5만 달러를 내고 오팔을 사겠다고 하지만, 하워드는 오팔을 경매에 올리면 150만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
가넷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런데 막상 경매에 올리니 오팔은 20만도 못한 예상가를 감정받게 되고,
하워드는 장인에게 부탁해서 오팔을 19만 달러에 대신 사들이게 한다. 그리고 결국 가넷에게 16.5만 달러에 다시 판다.

 

아르노 패거리가 다시 가게에 들이닥치자, 하워드는 내연녀 줄리아에게 부탁해 카지노로 가서 가넷의 경기에 전부 베팅하게 한다.
그리고 고장나서 열리지 않는 가게 입구에 아르노 패거리를 꼼짝 못하게 가둔 뒤,
경기를 이겨 돈을 따면 그 돈으로 빚을 갚겠다고 농성한다.

 

마침내 가넷은 경기에서 승리하고 하워드는 큰 돈을 땄다며 아르노 패거리를 풀어주는데,
패거리 중 하워드를 계속 아니꼽게 여겼던 필이 하워드를 쏴 버린다.

 

한편 줄리아는 돈을 쥐고 카지노를 떠난다.

 

 

 

 


 

 

 

Uncut Gems : 가공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원석

- 거칠고 원색적이다.
- 인위적이지 않기에 본질적이며 때론 신비롭다.

- 보석이 될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품고 있다.

- 가공되지 않으면 보석의 가치가 없다.

- 보석이 될 수 있는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 보석[ gemstone, 寶石 ]
세공하여 연마시켰을 때 아름다운 빛깔과 광택을 지녀 사람들의 장신구나 장식품으로 사용되는 아름다운 광물을 말한다.

- 가공기술 : 자본주의에서 가공 기술이란 마케팅을 통해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거품생산과정을 말한다.

 

 

 

 

 


 

 

 

OPENING 오프닝 :

 

 

에디오피아 웰로 광산에서 부상당한 흑인인부를 둘러싸고 그 동료들과 아시아계 감독관이 싸운다.
그 틈을 타 두어명의 인부들이 광산으로 들어가 광석을 캐는데 레드오팔만 나오던 광산에서 블랙 오팔 원석을 발견하게 된다.

 

 

 

카메라는 원석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화의 오프닝은 광산 인부의 뼈가 드러날 정도의 사고를 둘러싸고 다투는 아비규환인 상황에서도 블랙오팔에 빠져있는 인부들을 보여주며 오팔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리고 미지의 공간을 통과하는 사이 2년의 시간이 흐르고 하워드의 대장내시경 장면과 연결시키며 뉴욕으로 장소가 이동된다.

이 오프닝은 영화의 모든 것을 단 몇 분동안 모두 풀어내고 있다.

 

사람이 죽어가는 마당에 아비규환으로 정신없는 난장판 속에서도 오팔에 정신이 빠진 인부들과

뉴욕 한 복판에서 빚쟁이들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난장판 속에서도 도박에 정신이 빠진 하워드를 연결시킴으로써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중산층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빚쟁이들의 협박으로 당장 죽을 수 있는 현실보다 대장암으로 죽을지도 모를 먼 미래의 가능성에 더 공포스러워하는 하워드의 모습은 천박한 미국자본주의 속에서 현대인들이 얼마나 퇴행된 인간으로 살고 있는지 그 멍청한 모습을 비꼬는 듯 보이기도 한다. 

 

 

 

 

 


 

 

Howard Ratner 하워드 래트너 :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하워드의 의미>

- 부채의 압박과 도박의 유혹사이에서 불가능한 꿈을 꾸는 몽상가
- 그는 몸소 자본주의 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마케팅이 무엇인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꿈과 희망을 불어 넣으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점철시켜 마법이 펼쳐지듯 소비자를 현혹시킨다.
원석의 실제 감정가는 20만달러도 안되지만 그는 100만달러의 가치를 불어넣어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작 그 욕망의 늪에 자신도 빨려 들어가고 도박과 빚의 악순환에 얽매이는 미국 중산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끝없이 쫓아다니는 빚쟁이들에게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하는 하워드의 임기응변은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는 수준이다. 거짓말은 기본이고, 그 거짓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말을 빠르게 쏟아내는 것도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걸 통해 사실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 하워드가 갖는 핵심적 역할이기도 하다.

 

 

하워드를 통해 사람들은 욕망을 소비하고 과시하고 더 큰 욕망을 갈구한다.

그리고 하워드는 그런 소비자들을 위해 그들이 갈구하는 더 큰 욕망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상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도 역시 자본주의 소비시장 속에서 자신의 욕망이 탐욕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는 건 고사하고 되려 즐기고 빠져들며 타인의 노동으로 발견된 원석을 통해 100만달러라는 몽상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하워드에게 들어간 오팔 한 덩어리로부터 영화는 사건을 전개시킨다.

 

 


 

 

 

영화에서 하워드는 단순한 보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원석에 이야기를 얹어 소비자에게 몽상을 파는 상인이다.


그가 농구선수 KG(케빈 가넷)에게 블랙오팔을 자랑하며 불어넣은 이야기는 KG가 홀딱 반할만한 에티오피아 유대인에 관한 역사였다.

 

 

 

 

 

 

타지에서 가난과 굶주림을 버티며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KG는 현재 농구시장 속에서 타인으로 살아가는 자신과 그들을 동일시하게 되고,
그들의 블랙오팔에 대한 믿음을 영상으로 지켜본 KG 앞에 하워드가 내민 실제 오팔 덩어리는 더이상 단순한 원석이 아니게 된다.
영상 속 그 영물이 지금 그의 눈 앞에 나타난 순간 오팔은 오팔이 아닌 KG의 믿음이 되었다.

 

 

 

 

자본주의는 믿음(신용)을 바탕으로 상대가 필요한 것들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율의 차이가 커질수록 승승장구하는
시스템이며 그 믿음은 '무조건'이라는 일방적 절대복종을 댓가로 치룬다는 점에서 신앙과 그 결이 맞닿아 있다.

KG에게 오팔이 없다면 그의 농구인생은 앞으로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불보듯 뻔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BLACK OPAL 블랙오팔 :

 

 

 

오팔 (OPAL)

- 그리스어 오팔 리오스(Opallios)에서 유래 : 귀한 돌
- 빛과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색들이 각자 다른 색으로 변하는 독특한 성질 보유
- 잘 깨지는 단점
- 블랙오팔 : 오팔 중에서 가장 가치가 높음

 

오팔의 눈물

- 호주 중부 퀸즐랜드(Queensland) 원주민 부족 사이에는 오래전 커다란 오팔이 사람들의 운명을 지배했다는 전설.
- 전설내용 :

하늘에 살고 있는 오팔은 법과 형벌을 만들어 사람들을 다스렸지만 어느날 두 부족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서로 바위를 던지며
공격하던 중, 큰 바위 하나가 하늘에 닿는 순간 폭발하며 무지갯빛을 드러냈는데, 이때 오팔은 하늘 위에서 전쟁으로 죽은 자와
다친 자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빛에 비쳤을 때, 무지개가 떴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 지역의 원주민들은 오팔이
과거 조상들이 큰 죄를 저질렀다는 징조라고 믿게 되었다고 한다.

 

오팔의 의미

- 사랑, 희망
- 로맨스를 상징하는 보석
- 고대 로마 : 큐피드 비데로스 (사랑스러운 아이)로 불림. 몸에 지니고 있으면 병마로부터 지켜준다고 믿음. 힘의 상징.
- 이집트 바빌로니아 : 빛과 물을 지켜주는 부적
- 그리스 : 미래를 예지하는 보석

 

 

 

 

에티오피아 오팔의 경제적 의미

 

- 대부분 크리스탈 오팔로 투명하며 크기가 크고 가격이 싸다.
- 호주와 에티오피아 모두 오팔 광산 관련법 개정으로 채굴비용이 증가하게 되면서 전 세계 오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짐.
- but, 호주 오팔 가격 > 에티오피아 오팔 가격
- 광맥이 거의 드러난 호주는 소수의 광부가 기계로 채굴하는 반면,
- 에티오피아는 싼 인력을 동원하여 광산에서 안전장치나 기계 없이 사람이 채굴하는 방식. (일주일에 한 명꼴로 낙사발생)

 

 

 

 


 

 

피를 보는 오팔 :

 

 

 

영화는 오팔을 통해 중동지역과 미국자본주의의 관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누군가의 눈물을 근원으로 그 위에 이야기를 포장하고 거짓을 불어넣어 보이지 않는 가치를 부풀리는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숱한 폭력과 전쟁의 잔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혹자는 오팔을 통해 보여주는 장면들을 하워드가 만든 거짓이라고도 말하지만 영화 속에서 KG가 오팔을 통해 보는 흑인의 역사는
미국자본주의와 중동의 내전이 가져온 슬픔을 오팔이 품고 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 오팔을 통해 지금의 미국자본주의가
민족과 인종차별에 의한 전쟁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피의 거탑이라는 걸 은유하는 것 같아서 그저 거짓된 포장으로만 넘기기에는
거품 속에서 희생된 그들의 무게감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오팔은 단순히 가치가 높은 보석이라는 상징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빛의 굴절에 따라 그 색과 광택이
다르게 표현되는 무한의 보석이라는 것도 다시 되새겨 볼 의미인 것 같다.

 

 

 


 

 

다시, 하워드 래트너 :

 

 

주인공 하워드는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서 주변은 어떤 상황인지 전혀 돌아보지 못하고 앞만 보며 달리는 경주마와 같다.

아니, 옆을 보고싶지만 양쪽을 가리개로 가려놓은 탓에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해야 맞다.

도대체 누가 그의 눈을 가리는 걸까?

 

 

그의 눈을 가리고 있는 건 뭘까?

그의 눈은 왜 가려지게 된 걸까!

 

하워드는 자신이 지금 빚을 갚아야 하는 현실에 노출되는 순간 도박이라는 몽상 속으로 숨어들어 간다.

자신도 모를 광적인 모습을 하며 마치 도박으로, 한 방이면 모든 게 해결 된다고 굳게 맹신하기 때문이다.

 

그가 도박의 맹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거액의 판돈이 자신의 손으로 들어오는 짜릿함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제3자에 의해 놓치고 말지만 결국 눈 앞에서 100만달러가 넘는 돈이 자신의 손을 스쳐간다면 그 미련을 쉽게 떨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스럽긴 하다.

 

그러나 미칠것 같은 그 짜릿함은 마약중독보다 더 어둡고 깊은 쾌락의 늪으로 하워드를 끌어내린다.

 

그리고 주변에서 자신을 향한 분노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도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도박에 미쳐버린 하워드는 마지막 판돈이 대박을 터뜨리는 그 순간 분노의 한 방으로 생을 끝마치게 된다.

 

 

 

 

그리고 그가 터뜨린 대박은 그의 내연녀 줄리아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가버린다.

 

자본은 자신을 부풀려줄 또다른 숙주를 찾아 옮겨가기 위해

능력이 다한 숙주를 희생시키며 끝없이 무한대로 몸집을 부풀려 간다.

 

.

.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떠올리게 한다.

단지, 이야기의 배경이 미국이기에 아메리칸 스타일의 기생충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금융자본주의로 바라본 한 줄 정리

: 에디오피아 광산에서 발견된 오팔원석이 미국 자본주의시장으로 넘어오면서 거액의 현금화가 되는 과정

→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 미국 뉴욕의 보석상에게 넘어오면서 수 많은 욕망에 의해 가공되어지는 과정

 

원석을 레버리지 해서 도박(투자)를 통해 거액으로 현금화 되는 과정.

(결국 10만달러에서 122만 달러로 현금화 됨)

 

그리고 꺼지지 않는 욕망의 원천이었던 하워드는 한 방의 총성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그 안에 내포된 해소되지 않는 욕망의 갈증은 한 순간,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다.
마치 버블이 붕괴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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