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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with ... 책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보여주는 그래픽노블, 돈의 왕 (2004)

by story-opener 2020. 12. 16.

 

 

 

 

서문

 

'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라고 리자 미넬리와 조엘 그레이가 뮤지컬 "카바레"에서 외쳐댔던 노랫말처럼,
오늘날 돈은 우리네 삶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고 있다. 최저임금에서 기업 민영화, 구매력에서 국제무역 협상에 이르기까지
돈과 관련된 모든 것은 우리 의식 속에서 , 우리 마음 속에서, 아니 우리 현실 속을 지배하고 있다.
돈이 있냐 없냐에 따라 우리는 항상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만화라는 허구이 세계에선 돈이라는 물질적인 요소는 그다지 현실세계처럼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만화 주인공들의 직업을 잘 살펴보면 이상한 요소가 숨어 있다. 그 유명한 땡땡은 기자이면서 그 흔한 기사 한 번 쓴 적이 없다.
코르토 말테제는 일다운 일 한 번 해본 적이 없지만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다. 그들에겐 돈벌이란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단지 끝없이 펼쳐지는 모험과 여행, 그리고 만남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물 쓰듯 돈을 써단다.

 

이러한 상황에서 윈저 메케이는 1910년부터 자본주의에 대해 강렬한 비판을 담은 우화적인 만화를 그려낸다.
그의 작품 '리틀 네모'를 보자. 화성에 사는 화성인들은 그들이 들이마시는 산소의 양과 대화에 사용하는 단어의 수에 따라 세금을 낸다.
고전만화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누구나 갖고 싶어 하던 그 돈이란 것이 항상 넘쳐흘러 주체할 수 없는 요소로 비친다.
잉카제국의 금은보화, 라캄의 보물, M. 펌프의 끝없는 재산, 일리코 가족과 스크루지 삼촌의 보물에 이르기까지 만화 속에 나오는 돈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기보다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 모인 이 작가들은 이 작품을 통해 주저하지 않고 돈에 관한 도덕적인 견해를 펼쳐 보인다.
에드몽 보두앵은 돈을 벌기 위해 손에 불이 나도록 일했던 경험을, 스페인 출신의 페데리코 델 바리오는 속담이 되다시피 한
케베도 이 비예가스의 '돈, 그 위대하고 전능하신 분이시여' 란 시구를 기초로 짧지만 긴 감동의 이야기를,
토마스 오트는 달러가 가득 들어 있는 돈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인간의 배신을, 그리고 프뮈르는
과연 인심 하나만으로 모든 게 용서가 될까라는 것을 보여준다.

 

 

 

 

 

 

 


 

「1 42 04 06 088 198」(에드몽 보두앵)
한때 돈을 위해 손에 불이 나도록 일했던 주인공이 도둑으로 누명을 쓴 뒤 진짜 도둑이 되어가면서 돈에 대한 가치를 잃게 되는 과정을 다루었다. 돈을 혐오하면서 살아가는 일이 오늘날 실제로 가능한지, 과연 남녀 간의 ‘고귀한’ 사랑이 ‘탐욕스러운’ 돈의 유혹보다 더 강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백만장자의 꿈」(토마스 오트)
달러가 가득 들어 있는 돈가방을 차지하게 위해 벌이는 인간의 배신과 음모를 그림만을 가지고 필름 누아르 풍으로 이끌어냈다. 백만장자를 꿈꾸던 등장인물 모두가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죽어도, 유통기한이 없는 돈은 끄떡없이 살아남는다는 결말의 인상적인 반전을 통해 돈으로 인한 인간의 파멸이 섬뜩하게 그려진다.
 

 

 

 

https://june-02.tistory.com/


「포기」(페데리코 델 바리오)
천사와 악마를 함께 등장시켜 극과 극으로 갈리는 돈의 이중적 속성을 대변하게 한 작품이다. 만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과 극에서 ‘위대하고 전능한 신(神)’이 되어버린 돈에 대한 풍자로 가득하다. 물질만능주의가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인지, 아니면 물질만능주의가 오히려 최후의 심판을 ‘내리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https://june-02.tistory.com/

 

「다나에」(프뮈르)
다나에의 마음을 사기 위해 ‘황금 소나기’로 변했던 제우스 신(神)을 흉내 내는 호모 사피엔스 페쿠니오수 스(Pecuniosus: ‘소유의’, 금[金]의 뜻을 가진 라틴어)를 그렸다. 돈 되는 일만 해오다가 존경을 받기 위해 돈 쓰는 일을 해보려는 돈신(錢神)의 비극이 그려진다. 과연 ‘돈으로 하는 선행’ 모두가 진짜 선(善)이 되는지에 대해 따져보게 한다.

 


 

이 작품이 드러내고 싶어 하는 메시지는 제목 자체에 고스란히 박혀있다.

 

- 돈의 왕 -

 

돈을 움직이고 돈의 운명을 쥐고 있는 돈의 왕은 과연 누구인가!

결국 인간의 탐욕을 실낱 하게 비판하고 그로 인해 서로가 죽음을 향해 치닫는 극한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프뮈르의 작품에서 돈신의 비극은 인간 탐욕의 극한을 드러내고 있다.

 


"억만장자 주인공 들루 씨가 나오는 프뮈르의 다나에는 인간의 탐욕을 넘어 자만과 교만이 죽음을 부르는 비극을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 들루는 젊을 때부터 푼돈까지 긁어모아 부자가 된 인색한 인물로 묘사된다.

 

어느 날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다나에의 이야기를 듣게 된 들루는 제우스가 다나에의 마음을 사기 위해 황금 소나기로 변했다는 대목에 끌려 그때부터 태양의 하늘 위를 걸어가며 금화를 뿌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결국 실천에 옮기기 위해 자기 재산의 1/4을 금화로 바꾸고 마을 장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금화를 뿌릴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금화를 뿌릴 수 있는 비행선을 만든 그는 실제로 마을에 엄청난 양의 금화를 뿌리고 만다.

 

지상에 뿌려진 ‘황금 소나기’로 마을 사람들은 들루를 존경하거나 우러러보게 될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들루의 오만방자한 착각이었다. 
오히려 조경과 우러러보기는커녕 하늘에서 갑자기 쏟아진 금화에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금화에 맞아 죽거나 다쳤으니 그 보상을 해야 할 판이 된 현실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움직이는 건 돈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세상을 움직이는 건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라는 걸 오히려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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