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락방/etc.

자본주의 경제 : 노동이 부끄러워..

by story-opener 2020. 10. 21.

 

 

 

당신은 노동을 부끄러워 하는가?

보이는 곳에선 귀천이 없다고 말하는 노동(자)에 대해

보이지 않는 곳에선 귀천을 따지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이중적인 이유는 뭘까?

 

책을 읽고 쓰고 말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축구선수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프로게이머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디자이너와 연예인과 감독과 배우를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예술가를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도대체 노동(자)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는 걸까?

 

노동에 대한 개념이 잘못된 이유는 뭘까?

자본의 음모론때문일까?

 

그럼 자본에 대한 개념은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 걸까?

 

 

 


 

 

 

 

“우리 부모님은 노동자일까요, 아닐까요?”

 

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5반 교실. 배성호 담임교사가 반 아이들에게 물었다. “노동자가 아닌 것 같다”에 2명이 번쩍 손을 들었다. 임아영양(12)은 “굳이 부정적인 표현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숙제는 ‘부모님 손 그리기’(사진). 이도현군(12)은 엄마 손을 그린 뒤 이렇게 적었다. “손을 보면서 엄마가 살아온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집안일과 직장일 때문에 힘들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부모님 손’을 그려온 학생들은 한결같이 부모의 일(노동)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노동’ ‘노동자’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뜻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22명의 반 학생 중 노동이 긍정적인 뜻이라고 답한 학생은 3명뿐이었다. 경향신문이 서울의 초등학생 11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노동’이라는 말을 듣고 ‘힘듦’을 떠올린 학생이 53명(48.1%)에 달했다. ‘노예/천민’을 떠올린 학생도 7명(6.3%)이나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중·고등학생 18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27일 발표한 ‘서울대교구 주일학교 청소년들의 노동인식 및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1886년 5월1일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미국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전국적인 파업에 나선 지 130년. 노동절은 세계적인 기념일이 됐지만, 아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의 ‘노동’은 이렇듯 뒤틀려 있다. 이수정 노무사(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는 “노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보고 느낀 대로 생각하게 된다. 알바 체험을 하며, 비정규직 차별과 부모님의 긴 노동시간을 보며 ‘노동은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의 노동을 긍정할 수 있을까. 배 교사는 “노동을 입에 담는 것이 금기인 사회에서 어릴 때부터 일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노동자일까,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던 서울 삼양초 6학년 5반의 ‘노동인권 수업’은 “노동은 어떤 것일까”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옮겨갔다. 배성호 담임교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육체노동’을 생각한다”고 말을 꺼내며 질문을 던졌다. “교사는 노동자일까요?”라는 물음에 강우진군(12)은 “노동자가 아닌 사람은 자유가 있는데 선생님은 교육부가 내린 지시사항을 따라 해야 하잖아요”라고 답했다.

 

 

■“내 꿈은 노동자가 아니에요”

 

수업은 노동의 좀 더 세밀한 영역까지 밀고 들어갔다. 배 교사는 “미국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파업하는 배우들에게 응원한다는 말을 공개석상에서 하기도 합니다. 메이저리그에는 노동조합도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은 들어봤나요?”라고 묻자 한 학생이 말했다. “처음 들어봤어요. 교과서에도 없잖아요.” 들어봤다는 한 학생은 “TV 광고에서 봤어요. 6050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만원은 받아야죠. 너무 적어요”라고 말했다. 본인의 장래희망이 노동자인 것 같으냐고 묻자 학생 절반 이상은 “아닌 것 같다”는 답변에 손을 들었다. 이도현군(12)은 “게임하고 돈 버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5반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부모님의 손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노동교육-노동절기획. /강윤중 기자

 

■노동=힘듦=노예?

 

경향신문이 서울 성북·강북·송파 지역 3개 학교 5개 학급 110명의 초등학생을 설문조사한 결과 ‘노동’이라는 말을 듣고 긍정적인 단어를 떠올린 학생은 12명(10.9%)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린 학생은 69명(62.7%)에 달했다. ‘노동’이라는 말을 듣고 떠오른 단어 1위는 ‘힘듦/힘든 일’로 53명(48.1%)이나 답했다. ‘노예/천민’을 떠올린 학생도 7명(6.3%)이나 됐다. 그 밖에 ‘돈/월급’(11명), ‘공사장’(3명), ‘공장’(2명), ‘하기 싫다’(2명), ‘아프리카’(2명) 등의 답변이 나왔다. 비정규직에 대해 안다고 답변한 학생은 56명(50.9%), 최저임금에 대해 아는 학생은 51명(46.3%)으로 집계됐다. 노동조합에 대해 모르는 학생은 56명으로, 안다고 답한 학생(28명)의 2배(무응답 26명)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주관식 답변은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학생들은 “일은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 노동은 강제로 하는 것”, “자신의 직업을 즐겁게 하면 노동이 아닌 보람이고 자신의 직업을 괴롭고 싫다 생각하면 노동”이라고 적었다.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언제 퇴직할지 모르는 사람’, ‘회사에서 면접에서 합격한 것이 아니고 몇 개월 정도 일하고 나가는 사람’,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노동을 하고 받는 돈의 액수 중 가장 적게 줄 수 있는 것’, ‘알바를 할 때 돈을 조금 주고 일을 시키는 것’과 같은 답변이 나왔다. 배 교사는 “어린 학생들도 실제 삶과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에서 노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직업 1위 ‘아파트 경비원’

 

초등학생들은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직업 1위로 아파트 경비원(81명), 2위로 마트 계산원(74명), 3위로 은행 직원(37명)을 골랐다. 이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중·고등학생 18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27일 발표한 ‘서울대교구 주일학교 청소년들의 노동인식 및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와도 비슷하다. 중·고교생들도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직업으로 아파트 경비원(1279명), 농부(1251명), 마트 계산원(1248명), 인터넷 설치기사(1071명) 순으로 답했다. 중·고교생들이 희망하는 직업은 교사(1위), 의사(2위), 과학자(3위)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희망 직종은 대체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이수정 노무사는 “‘청소년은 노동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칠 일이 아니다”라며 “청소년 알바, 비정규직 등 현재의 노동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관심을 기울이는 게 먼저이고 변화에 대한 관심은 노동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에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2020년에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까?

 

왜, 아직도, 추락사와 사고사로 죽는 노동자가 줄어들지 않는 걸까?

 

노동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노동자가 노동자를

노동이 노동을 부끄러워 하는 이유가 뭘까?

 

노동이라는 말에 기분 상하고

근로라는 말에 끄덕이는 건

부끄럽지 않은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