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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시리즈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1 (10부작)

by story-opener 2020. 12. 23.

 

 

 

 

웹툰 원작을 드라마로 제작한 300억 제작비가 투여된 작품

 

1회당 30억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총 10부작 300억으로 제작된 '스위트홈'은 웹툰 원작을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다.
현재 오픈된 '시즌1'로만 봤을 때, 웹툰 원작의 세계관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는 실패한 듯 보인다.

 

원작은 단순히 기괴한 괴물과 싸우는 액션도 아니고, 그저 어둠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과 맞서 싸우며 싸움의 기술을 터득하고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듯한 10대 청소년의 단순 성장기도 아니고, 이웃들의 이중적인 관계가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하나로 뭉치는 휴머니즘적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지도 않다.

 

웹툰 원작은 인간의 절망감에 깊게 뿌리박고 있다. 절망감에 빠진 인간의 심리적 불안감을 넘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그 막막함과 캄캄함이 어떤 심리를 형성하고 그 어둠에서 헤쳐 나올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를 다양한 캐릭터들의 환경과 상황을 제시하며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탐욕에 빠지는 이유도

인간이 좌절에 빠지는 이유도

인간이 식탐에 빠지고

인간이 색욕에 빠지는

그 모든 근원은

절망에서 오는 공포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웹툰 원작에 등장하는 괴물 캐릭터들

 

 

 

작품에서 괴물로 표현되는 그 모든 형상들은 개개인이 빠져버린 절망의 시각화라고 할 수도 있다. 

 

 

 

웹툰원작의 괴물들은 원작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현수가 절망에 빠진 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집단구타를 당하고 왕따를 당하며 외톨이로 몰리게 된 이유가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그 순간 그저 그 순간의 날이 너무 맑아서 햇살이 너무 좋아서 상대에게는 자신의 손길이 불쾌감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절망에 빠지는 순간은 고통 때문이 아니라 그 고통과 시련을 겪는 이유에 있다. 그리고 그 시련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연속된 상황과 처지에 놓여있을 때 절망은 바로 옆까지 와있게 된다.

 

현수도 바로 그 순간,

자신이 이 모든 폭행과 친구들의 배신과 따돌림을 받으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그 이유가

도움을 건넨 그 순간 날이 좋았기 때문이 라니.

얼마나 맥 빠진 이유이고, 얼마나 기빠지는 이유인가.

 

그동안 받았던 고통과 시련을 버틴 자신이 멍청이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게다가 자신이 고통받는 이유도 기가 찰 노릇인데 부모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은 억울함을 넘어 분노할 지경이 된다. 그러나 그 분노를 풀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그럴 힘도 없기에 현수는 결국 현실을 외면하고 버리기로 결심하게 되면서 은둔자의 상태로 포지션을 잡게 된다.

 

해맑고 인정 많던 아이가 순간 은둔자가 되는 건,

별 것 아닌 이유로 핍박받게 되고

그 시련을 아무도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에 부딪히게 되면서

그야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다.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칠흑 같은 암흑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절망은 인간의 약한 내면 속으로 침범하게 되고 결국 자아를 잠식하게 된다. 그 순간 절망의 모습이 괴물로 시각화되어 드러난다고 생각하면 괴물들의 모습이 가히 기괴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웹툰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작품의 세계관에 속한다.

드라마로 재현된 영상물에서는 원작의 그 심리적 불안감과 두려움이 제대로 전달되기보다 시각적인 액션과 그래픽적인 효과에 집중된 듯 보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장면장면 힘들고 어려운 액션을 소화한 이시경 배우의 캐릭터 소화력은 충분히 박수받을 실력이다.

 

 

그런 면에서 시각적인 부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재미나 놀라움을 연출할 추가적인 캐릭터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아마도 배우 이시경이 활약한 '서이경'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그런 의미에서 액션을 소비하는 캐릭터로 등장한 듯 비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만큼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각인시킨 것도 사실이다.

 

반면, 원작과 다른 분위기로 태어난 캐릭터도 있다.

 

 

 

 

웹툰 상의 편상욱과 영상 속 편상욱이 그 경우다. 그 분위기와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모습인 것도 아마 액션을 소비할 캐릭터가 존재하니 편상욱은 다른 포지션을 잡을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작과 달리 좀 더 어둡고 진중하며, 말수가 없는 외로운 은둔자로 등장하고 마치 홍콩 누아르를 떠올리게 하는 옷차림과 행동들이 배우 이진욱과도 잘 맞아떨어져서 나름 잘 녹여든 캐릭터로 새롭게 보였지만 10화 마지막 장면에서 원작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상태로 재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실망감이 컸던 캐릭터이기도 하다.

 

아마도 시즌2에서는 원작의 모습으로 새롭게 연출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시즌1의 모습이 사라진 걸 더 아쉽게 만들지 않을까 의문도 들지만 배우 본인이 새로운 편상욱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니 기대해볼 부분이기도 하다.

 


 

시즌2를 예고하는 마무리

 

 

 

 

 

이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그린아파트에 모이게 됐지만 오히려 그들을 이곳에 모아놓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바로 10화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어디론가 이송되기 전 서이경은 그들을 향해 꼭 살아남으라는 당부를 하게 되고, 현수는 죽음에서 되살아난 편상욱에 의해 어디론가 이송되는 장면으로 시즌1이 마무리된다.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새로 이송되는 곳에서 다시 만나는 걸까.

아니면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걸까.

 

마지막 장면을 보며 이런 의문이 들자 지극히 개인적으로 서바이벌 영화 '메이즈 러너'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 메이즈 러너 3편의 시리즈 포스터

 

 

 


p.s.

 

솔직히 1화에서 10화까지 보는 내내 집중한 장면들도 있지만 스킵해서 넘긴 순간들이 많아서 마무리까지 보는 데에 걸린 시간은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대부분 예상되는 장면이나 대사들도 있지만 이미 원작의 테두리 안에서 큰 변화 없이 연출되는 영상이기에 조금은 진부한 장면들도 섞여 있었고 다소 뜬금없다고 여겨지는 상황도 있어 보이지만 원작의 무게감 때문에 많은 고민을 요했던 것 같고 그 무게를 정해진 편수와 분량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고민도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아마도 동일하게 300억의 제작비가 들었던 킹덤 시리즈와 비교될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여타 다른 좀비 영화나 드라마들과 비교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재가 비슷하다고 해서 원작이 드러내고 싶어 하는 주제가 비슷한 건 아니기 때문에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좀 더 원작의 세계관이 드러날 수 있는 연출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짧은 사견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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